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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패러디

[은위/은밀하게 위대하게]패러렐[류환해진]

by 김알멩 2016.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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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꿈을 꾸었다. 말도 안되는 꿈. 내가 간첩이라니, 첩보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였다.

그리고 남자를 사랑한다니 말도 안돼!


"그런 꿈이나 꾸다니."


그런데 너무 강렬했던 꿈 속의 내가 좋아했던 인물, 훤칠했던 키에 감정을 죽이기 위해서 늘 무표정했던 하지만 누구보다 상냥해서 날 챙겨줬다.

고작 3군이였던 내가 오성조조장에게 말을 걸었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내게 가르침을 주었어.....??? 내가.. 나.. 뭐지..

꿈이면서 왜...? 그리고 남조선으로 갔고.. 나는 감시자였고? 나중에는 사살명령이 떨어졌지만 죽일 수 없었지....

그리고 조장을 살리기 위해서 아파트에서 떨어졌고.. 죽었나? 조장은..?


"뭐.. 뭐야. 나는 이해진이야. 간첩따위가 아닌데.. 왜 이렇게 슬프지.. 아파.. 떨어진 곳 바닥에 돌이 있었나..??"

뭐.. 뭐지??? 어제까지만 해도 난 이해진이였는데, 리해진따위가 아닌데.. 뭐지.. 보고싶다.. 류환조장..


"류환조장."


아닌데.. 아닌데.. 준비나 하자. 오늘이 첫 날인데..

나는 신입생이다. 오늘로써 드디어 나는 대학생이 되었다. 아까 꾼 꿈만 아니였다면 싱글벙글한 기분으로 캠퍼스생활을 누릴텐데.. 쳇.

교문을 넘고나서 면접 때 이미 한 번 와봤기에 헷갈리지 않고 정확히 단과대학 쪽으로 향할 수 있었다. 


아직 시간이 9시 10분이고 수업은 10시 시작이기에 단과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다. 꿈에서 보았던, 그다!!!!

달려가고 싶었다. 울고 싶다. 나 살아있노라. 나 여기 있노라. 당신을 여태 그리워했고 다시 만났노라.


하지만 그것은 다 꿈에 지나지 않는데.. 고작 꿈에서 봤던 이를 봤다고.. 아닌데... 왜 이럴까..

저쪽에서 날 봤는지.. 내게 달려왔다..??? 뭐지..


"헉."


갑자기 껴안은 그 때문에 깜짝 놀라서 발버둥을 치려고 했지만 꽉 안아버려서 움찔거리지도 못하고 그렇게 안겨있었다.


"찾았다."

"오랜만입니다. 류환조장."

"너도 잃지 않았구나, 리해랑도 보았지. 기억하지 못하더군."

"평범해진 것일까요?"

"그래."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그래."

"류환동무..."

"왜 그러지?"

"좋아했습니다."

"그래.."


아마 그도 알고 있으리. 하하.. 그렇게나 쫓아다니고 그랬는데 모를리가 없지.


"다시 만나게 되서 기쁘다."

"저도 그렇습니다."


얼추 시계를 보니 어느 순간 30분이라는 시간이 가버렸다.


"이제 가야할 시간이라서요. 가보겠습니다."


같은 학교니까, 이제 자주 볼 수 있겠지? 그는 내 상사가 아니니까, 좀 더 가까워질 수 있겠지?

기쁜 마음이 앞서서 그런지 웃음이 자꾸 나왔다.


cho~


??? 얼굴 볼품없이 새빨갛게 달아올라버렸다.


"류..류환조장... 이.. 이 무슨.."

"좋아한다고 말하지 않았나? 나도다. 나도 니가 좋다."


엄청나게 당당한 표정으로 나를 보면서 키스를 했다. 마치 영역표시를 하듯이 말이다.


"그..그러니까.. 그게.."

"나도 니가 좋다. 꼬마동무, 나와 사귀어주지 않을래?"


'네'라고 대답 후 곧바로 도망을 치려고 했지만 뒤를 돌아서 뛰려는 순간 손목이 잡혀서 도망치지 못했다.


"자, 대답."

"ㄴ..네..."


대답을 하자, 그는 내게 입을 맞춰왔다. 키 차이가 나는 바람에 그에게 거의 매달리다시피했기에 불편이 느껴졌는데 어느 순간 불편함이 사라졌는데, 뭐지? 라는 마음에 눈을 뜨니, 강렬하게 나를 향해있는 눈에 질끈 눈을 감아버릴 수 밖에 없었다.

얼마지나지 않아서 나를 놔줬지만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과 부은 입술이 키스했다고 광고를 하는 것 같았다.


촉, 촉, 촉.


만져도 만져도 모자라다는 듯이 그는 내게 키스를 해왔다.


"이제, 류환조장이 아니라, 그냥 류환도 좋고 형도 좋고, 우리는 이제 간첩이 아니니까. 알았지?"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에 졸음이 밀려왔다. 악몽 때문에 설레임 때문에 잠을 설친 것이 원인인 것 같다.

행복하다.


"행복해요. 마치 꿈 같이."

"좋은 꿈 꿔."

"헤헷.. 네."


오랜만에 보는 그는 나와 나이가 비슷해져있었다. 그는 24살 나는 20살.

들개로 태어나 괴물로 자랐다.


하지만 이제는 들개로 태어나지도 않았고 괴물로 크지 않았으니 이제 행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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